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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의사결정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이 방법은 자연과학에서는 매우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과학에서는 다소 낯선 방법인듯 하다. 프로시져는 다음과 같다.

1. 문제의 상황을 극단으로 가져간다.
2. 결론을 (직관적으로) 내린다.
3. 다른 영역까지 결론을 일반화시킨다.

위의 프로시져가 동작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정이 필요하다.

가정 1 : 극한의 상황에서 우리는 직관적으로 답을 알고 있다.
가정 2 : 극한의 상황에서 답이 일반적인 영역에서도 (크게 틀리지 않고) 성립해야 한다.

가정 1은 사실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다. 사람이 아무리 (개인적으로) 밉다고 해도 '죽여서는' 안되는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물리 등에서도 어떤 극한상황에서는 전혀 계산하지 않고도 답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극한상황에서 어떤 답을 취하느냐는 개인적인 신념, 성향 등에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에게 있어 극한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냐는 큰 어려움 없이 결정할 수 있다.

가정 2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것은 내가 개인적으로 취하고있는 도덕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상황에서 내가 반드시 취할 행동이 있다면 그건 보편타당적으로 취해야할 행동이라고 믿는 것이다.

사실 위의 프로시져는 칸트의 "네 행동의 준칙이 언제나 보편타당한 입법의 원리가 되도록 행위하라"를 따른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극한의 상황에서 명백한 답을 내고 그것을 일반적인 상황에까지 확장시킨 것이 도덕적인 행위라는 의미이다.

(쓰다보니 자꾸 도덕이란 말을 쓰게 되는데 딱히 다른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서기 때문이지 나는 윤리에 이 프로시져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그러지 않고 싶다.)

아무튼 위의 프로시져는 물론 답은 아니지만 사고를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방법론이라서 소개해봤다. 내가 위의 프로시져를 이용해서 입장을 결정하고 있는 (혹은 큰 근거로 삼고 있는) 몇가지 예를 소개하고 끝내겠다.

1. 낙태는 허용되어야 하는가?
 -> 강간 등의 범죄에 의해 아이를 가진 경우 그 아이를 낙태시킬 수 있는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 고로 낙태는 허용되어야 한다.

2. 사형은 필요한가?
 -> 히틀러 등과 같은 중대한 전쟁범죄인들은 사형당해도 괜찮다.
 -> 사형은 허용되어도 된다.

3. 징병제는 유지되어야 하는가?
 -> 우리가 매우 효율적인, 예를 들어 모병제를 택하고 있는 미국같은 장비와 조직체계를 가진다면 젊은이들을 군대
      로 보내는 것은 명백한 낭비이게 된다. 이 경우 당연히 징병제를 폐지해야한다.
 -> 징병제는 유지되어야할 필요는 없다.


덧붙임 : 가정 2는 우리가 "의사결정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된다"라는 전제를 받아들일 경우 당연히 성립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개는 A의 행동을 취해야 하지만 극한상황에선 B의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은 예외를 가지고
             있는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天然

성격탓인지는 몰라도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사소한 일'들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몇몇가지 경험에 의하면 사소한 일들을 결코 경시해서는 안될 것 같다.

사실 까놓고 말하자면 사소한 일들은 역시 사소한 일들이다. 굳이 말하자면 토플점수가 그렇고, 지루하고 복잡한 계산 중에 부호나 factor가 그렇고 프로그래밍 중에 아주 사소한 타이핑 에러 같은 것이다. 그러한 것들을 바로잡고 달성하는 것은 조금만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물론 조금의 훈련으로 능숙하게 할 수 있지는 않다. 그것이 이 글의 포인트이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할때고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것은 그런 사소한 일들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일은 순식간에 마칠 수 있느냐고? 그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충실하다. 중요한 것에서 일을 그르칠 사람이라면 애시당초 어떤 것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중요한 일에 대해서 스스로 준비가 되어있고 어떠한 구체적인 일을 수행해나갈 때 중요한 일이 10%의 시간을 소모한다면 사소한 일이 90% 정도의 시간을 잡아먹는다. 아인슈타인도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은 순식간에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계산에 파묻혀 몇 년의 시간을 소모하지 않았던가. 아이러니한 것은, 사소한 것은 분명 그 자체로는 사소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중요한 것에 있어서 핵심적 요소라는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의 등가원리가 그것을 수성의 세차운동, 중력렌즈, 적색편이 등과 연결해주는 세밀한 이론적 계산이 없이 어떻게 그 중요성이 부각될 수 있겠는가.

결국 경쟁력의 큰 요소 중 하나가 단위시간 내에 얼마나 많은 양의 일을 수행해낼 수 있느냐이므로 사소한 일에 신경을 써서 결국 일을 수행하는데 시간의 총량을 줄이는 것은 꽤나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좋은 일은 사소하지만 단단한 기본의 축적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Posted by 天然

환원주의還元主義

생각 2008/11/27 23:00
 근본적인 것의 이해를 통해 삼라만상에 관한 이해를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마도 가장 전통적인, 과학에서의 환원주의에 대한 정의일 것이다. 라플라스는 우주의 모든 초기조건만 완벽히 안다면 우주의 모든 미래를 완벽히 계산하여 결정해낼 수 있다고까지 말하였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진 않다. 입자 세 개가 있는 뉴턴역학계만 해도 완벽한 해를 구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질적으로 아무 정보도 줄 수 없는 진술에 대해서 굳건한 입장을 고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현재의 환원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옳을 것이다.

복잡한 현상은 더욱 간단한 원리에 의해서 기술될 수 있다.

 기술이란 단어를 썼다는 것에 주의하자. 예를 들어 인간의 심장을 연구하는데 양자장론에 대한 지식은 거의 완벽하게 쓸모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심장이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졌으며 그것들이 고전전자기론으로 기술될 수 있는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해도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더욱 간단한 원리가 더 간단한 원리로 설명될 수 있고 이 순환고리가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다면, 굳이 간단한 원리를 탐색해야할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그것에 관련되어서 환원주의자들이 주는 최종적인 답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다른 어떠한 원리로도 대체될 수 없는 최종적인 '근본원리'가 존재하며 모든 현상은 근본원리로부터 비롯된다.

 그렇다면 다시 의문이 생긴다. 최종적인 근본원리가 한 개가 아니라면? 그 해답은 아마 자연이 존재하는 방식으로부터 주어질테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왜 자연이 하필이면 그러한 근본원리를 '선택'하였는지에 대한 답은 주지 못한다. 끈이론에 대한 타당성은 전혀 입증되지 않은 상태지만 굳이 그걸 사용해서 예를 들자면 왜 신은 진동하는 끈으로 모든 것을 만드셨을까 하는 것이다. 

 여하튼, 환원주의에서 얻어낼 수 있는 실질적 이득은 별로 존재하지 않으며 환원주의에서 주장하는 것들도 그 진위여부가 불확실한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간단하고 적은 수의 원리들로부터 다양한 현상을 예측하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어찌보면 환원주의자들은 그러한 것에 집착하는 단순한 '매니악maniac' 일지도 모른다.
Posted by 天然